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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15). 신립(申砬)이 충주(忠州)에서 크게 패함
23/05/21 09:15:02 金 鍾國 조회 1178
 
15. 신립(申砬)이 충주(忠州)에서 크게 패함
賊兵入忠州 申砬迎戰敗績而死 諸軍大潰.
砬至忠州 忠淸道郡縣兵 來會者八千餘人. 砬欲保鳥嶺 聞鎰敗膽落 還忠州. 且召李鎰⋅邊璣等 俱到忠州 棄險不守 號令煩擾 見者知必敗. 有所親軍官 密報賊已踰嶺 乃二十七日初昏也. 砬忽跳出城, 軍中擾擾 不知砬所在 夜深潛還客舍.
明朝謂軍官妄言 引出斬之. 狀啓猶云「賊未離尙州.」不知賊兵已在十里內也.
因率軍出 陣于彈琴臺前兩水間 其地左右多稻田 水草交雜 不便馳驅.
少頃賊從丹月驛 分路而至 勢如風雨 一路循山而東 一路沿江而下 炮響震地 塵埃接天.
砬不知所爲 鞭馬欲親自突陣者再 不得入 還赴江 沒于水中而死. 諸軍悉赴江中 屍蔽江而下 金汝岉亦死亂兵中 李鎰從東邊山谷間脫走.
初朝廷聞賊兵盛 憂李鎰獨力難支 以申砬一時名將 士卒畏服 使引重兵隨其後 欲兩將協勢 庶幾捍贼 計未失也.
不幸本道水陸將 皆恇㤼 其在海中也 左水使朴泓 一兵不出 右水使元均 雖水路稍遠 所領舟艦旣多 且賊兵 非一日俱至 可悉衆前進 耀兵相持*4) 幸而一捷 則賊當有後顧慮 未必遽深入 而乃望風遠避 不一交兵.
及賊登陸 左右兵使李珏⋅曺大坤 或遁或遞 賊鳴鼓橫行 蹈數百里無人之境. 晝夜北上 無一處敢齟齬*5)少緩其勢者 不十日 已至尙州.
李鎰客將無軍 猝與相角 勢固不敵 砬未至忠州 而鎰先敗 進退失據 事是以大謬.
嗚乎痛哉! 後聞賊入尙州 猶以過險爲憚. 聞慶縣南十餘里 有古城曰姑母 據左右道交會處 兩峽如束 中盤大川 路出其下. 賊恐有守兵 使人再三覘覷知*6)無兵 乃歌舞而過云.
其後天將李提督如松 追賊過鳥嶺 歎曰「有險如此 而不知守 申總兵可謂無謀矣.」
蓋砬雖輕銳得時名 籌略非其所長. 古人云「將不知兵 以其國與敵.」今雖悔之無及 猶可爲後日之戒. 故備著云.

倭敵의 군사들이 충주(忠州)에 들어왔다. 신립(申砬)은 적을 맞아 싸우다가 패하여 죽고, 여러 군사들은 크게 무너졌다. 신립이 충주에 이르 니 충청도(忠淸道)의 여러 군현(郡縣)의 군사로서 와서 모여 있는 사람이 8천여 명이나 되었다. 신립은 조령(鳥嶺)을 지키려고 하였으나, 이일(李鎰)이 패하였다는 말을 듣고 간담이 떨어져서 충주로 돌아왔으며, 또 이일⋅변기(邊璣) 등을 불러 함께 충주로 오게 하여 험한 곳[鳥嶺]을 버려두고 지키지 않았으며, 호령이 번거롭고 소란스러우므로 보는 사람들은 그가 반드시 패할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와 친한 군관(軍官)이 있어 적군이 이미 조령을 넘었다고 비밀히 알려 주었는데, 이때는 곧 4월 27일 초저녁이었다. 이 말을 듣자 신립은 갑자기 성밖으 로 뛰어나가므로 군중(軍中)은 더 소란스러워졌으며 신립이 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였는데, 그는 밤이 깊어서야 가만히 객사(客舍)로 돌아 왔다.

그 다음날 아침에 신립은, "군관이 망녕된 말을 하였다."고 말하면서 끌어내어 목을 베어죽였다. 그리고 임금에게 장계(狀啓)를 올려, <倭敵들이 아직 상주(尙州)를 떠나지 않았습니다.>라고만 하고, 적병이 10리 밖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인하여 신립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와 탄금대(彈琴臺)*1) 앞의 두 강물 사이에 진(陣)을 쳤다. 그곳은 왼쪽과 오른쪽에 논[稻田]이 있고 물풀이 뒤섞여서 말을 달리기가 불편하였다. 그런데 조금 뒤에 倭敵들이 단월역(丹月驛)으로부터 길을 나누어 쳐들어오는데, 그 기세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과 같았다. 그 한 패는 산을 따라 동쪽으로 오고, 한 패는 강을 따라 내려오는데, 총소리는 땅을 진동시키고 하늘을 뒤흔들었다.
신립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다가 말을 채찍질하여 몸소 적진으로 돌격하려고 시도한 것이 두 차례였으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말머리를 돌려 강으로 뛰어들어 물에 빠져 죽었다. 뒤이어 여러 군사들도 다 강으로 뛰어들어 그 시체가 강물을 덮어 떠내려갔다. 김여물(金汝岉)도 또한 어지러운 군사들 속에서 전사하였다. 이일(李鎰)은 동쪽의 산골짝으로부터 몸을 빼어 도망하였다.

이보다 먼저 조정에서는 적병이 강성하다는 말을 듣고, 이일이 혼자 힘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울 것으로 근심하여, 신립은 당시의 명장이라 군사들이 두려워하여 잘 복종할 것이라고 해서 그로 하여금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라가게 하여, 두 장수가 서로 힘을 합하여 적을 막을 것을 바랐던 것이니 계교로서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불행스럽게도 경상도 수륙(水陸)의 장수들은 다 겁쟁이었다. 그 바다를 감당하던 좌수사(左水使) 박홍(朴泓)은 한 사람의 군사도 내보내지 않았고, 우수사(右水使) 원균(元均)*2)은 비록 물길이 좀 멀었다 하더라도 거느리고 있는 배도 많았고 또 적병이 하루에 달려든 것이 아니었으니, 모든 군사를 다 거느리고 앞으로 나아가 위세를 보이면서 서로 버티고 행여 한 번만이라도 이겼더라면, 적들은 마땅히 뒤를 염려하여 반드시 갑자기 깊이 쳐들어오지는 못하였을 것인데, 우리 군사들은 적을 바라보기만 하면 곧 멀리 피하여 한 번도 적과 맞싸워 보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적병이 육지로 올라오게 되자,경상도 좌우병사(左右兵使) 이각(李珏)⋅조대곤(曺大坤)은 혹은 도망하고, 혹은 교체되기도 하여 적병이 북을 울리면서 마음대로 행진하여 수백 리를 사람이 안 사는 지경같이 밟으며, 밤낮으로 북상(北上)하여도 한 곳에서도 감히 저항을 하여 조금이라도 그 진격하는 기세를 늦추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적은 상륙한지 10일도 안 되어 이미 상주(尙州)에 이르렀다.
이일(李鎰)은 객장(客將)의 처지로 거느린 군사도 없었으며 갑자기 적과 싸우게 되었으므로 그 형세가 실로 대적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신립이 아직 충주에 이르지도 않았을 때 그는 먼저 패하여 진퇴(進退)의 근거지를 잃어 일이 이렇게 크게 그르치게 되었다. 아아 원통하다! 뒤에 들었지만 倭敵이 상주에 들어왔으나, 그래도 험한 곳을 지나갈 것을 두려워하였다. 문경현(聞慶縣)의 남쪽 10여 리쯤 되는 곳에 옛 성인 고모성(姑母城)이 있는데, 여기는 좌(左)⋅우도(右道)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서, 양쪽 산골짝이 묶어놓은 듯하고 가운데 큰 냇물이 흐르고 길이 그 아래로 나 있었다.

적병들은 여기 우리 군사가 지키고 있을까 두려워하여 사람을 두세 번 살펴보게 하여 지키는 군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곧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지나왔다고 한다. 그 뒤에 明나라 장수 도독(都督) 이여송(李如松)*3)이 倭敵을 추격하여 조령(鳥嶺)을 지나면서 탄식하기를, "이와 같이 험한 요새지가 있는 데도 지킬 줄을 알지 못하였으니, 신총병(申總兵 : 申砬)은 실로 모책[謨]이 없는 사람이 었다고 이를 것이다." 하였다. 대체로 신립은 비록 날쌔어서 그때 이름은 떨쳤다고 하더라도 전략을 마련하는 데는 그리 장한 바 아니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비록 이를 뉘우친다고 한들 소용은 없으나, 그래도 가히 뒷날의 경계는 되는 것이므로 자세히 적어두는 것이다.

*1)탄금대(彈琴臺) : 충청북도 충주시(忠州市)의 서쪽에 있는 지명.
*2)원균(元均, ?∼1597) : 조선조 宣祖 때의 무장(武將). 본관은 원주(原州)다. 宣祖 25년 임진왜란 때 경상우도(慶尙右道) 수사(水使로)서 倭軍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전선(戰船)과 무기를 바다에 가라앉히고 수천여 명의 수군(水軍)을 해산시킨 다음 전선 3척으로 倭軍을 피해 다녔다. 이하 그의 만행을 생략하는 걸로 역사에 심판한다.
*3)이여송(李如松, ?∼1598) : 명(明)나라 신종(神宗) 때의 장군. 임진왜란 때 明의 구원군 4만 명을 거느리고 와서 왜적(倭敵)을 치는 일을 도움.

*4)지(持) : 가질 지. 소유하다. 손에 쥐다. 보전하다. 보존하다. 지키다. 버티다. 돕다. 바로잡다. 괴롭히다.
*5)저어(齟齬) : ①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어긋나 맞지 않음. ②일이 서로 어긋나거나 차질이 생김. 서로 모순됨. 저(齟) : 어긋날 저.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어긋나다. 사물이 서로 어긋나 맞지 않다. 씹다. 간체 龃. 어(齬) : 어긋날 어 간체 龉.
*6)처지(覷(覰)知) : 엿보아서 앎. 처(覷) : 엿볼 처. 覷는 覰의 속자. 覻는 동자. 노리다. 엿보다. 거칠다. 촘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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