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은 다른 어떤 언어들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함축성을 가진다.
인구에 회자되는 시구가 그러하다. 예컨데
예전 어느 서당에서 스승이 방안 가득한 아이들에게 각자 석삼 자[三]를 사용하여 글을 한 구절 씩 지어보라 하였다.
한 소년이 써 낸 구절이 이랬다.
古木千年地二三 / 고목이 천년 되니 가지가 두셋.
이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명구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나이 많아지면 전날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살아오면서 겪었던 그 많은 일 중에서 몇 가지는 절대 못 잊는다.
반복하여 그 이야기를 하고, 치매가 걸려서도 그 이야기를 중얼거린다. 즐거웠거나 슬펐거나한 몇 가지의 기억은 그의 뇌리에
굳게 각인되어 그 기억이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 서당에선 나이 많은 제자부터 열살 미만의 어린 제자까지 같이 베운다. 어린이는 천자문이나 명심보감을 배우고 스무 살 서른 살 나는 제자는 고문진보, 혹은 논어나 맹자를 배운다.
그런데 글을 지어보라는 그런 숙제 앞에서 반드시 나이 많은 제자가 제일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석삼자[三]로 지은 글에서 열살 미만의 소년이 천하의 명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소년이 어찌 일흔 여든 나는 노인의 생태를 알고 있었으며, 알고 있었다 한들 어찌 그걸 고목에 빗대어 그렇게 한 구절 쓸 수 있었을까. 천재란 바로 그 소년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내가 가까이 지내던 노인들로 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 시를 지을 때는 이렇게 지어야 한다며 자주 예거하는 구절이 있다.
九歲七年病 /아홉 살이 되도록 칠 년을 앓았네.
조선조의 어느 여인이 지었다는 오언시의 구절이다. 딸이 두 살부터 앓기 시작하여 칠년을 앓다가 겨울 어느날 죽었다. 그 딸에 산에 묻고 돌아와서 그 어머니가 남긴 시의 구절이다. 그 다섯 자 속엔 무한히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동안 딸을 나수기 위해 용한 의원을 찾아다닌 것은 몇 차례였으며, 영험하다는 부처님을 찾아 치성을 드린 것은 또 얼마였겠는가. 딸이 앓는 옆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 경우는 얼마였으며, 조금 낫는 듯한 기미를 보고 좋아한 것은 또 얼마이며, 반대로 절망한 기억은 얼마이던가. 그 칠년 동안에 흘린 눈물은 얼마이며, 지은 한 숨은 또 얼마인가. 뛰어노는 골목의 아이들을 보며, 어째서 우리 아이는 병치레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가, 아름다운 꽃도 벌 나비도 구경하지 못하고 방에 누워만 있단 말인가 한탄한 적도 여러 번이었으리라.
한문은, 특히 한시는 압축 내지 함축의 대표적 언어라 할 것이다. 九歲七年病이나 古木千年地二三의 구절 속엔 천 권 만 권의 책으로도 다 못담을 여운이 있다.
인구에 회자되는 시구가 그러하다. 예컨데
예전 어느 서당에서 스승이 방안 가득한 아이들에게 각자 석삼 자[三]를 사용하여 글을 한 구절 씩 지어보라 하였다.
한 소년이 써 낸 구절이 이랬다.
古木千年地二三 / 고목이 천년 되니 가지가 두셋.
이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명구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나이 많아지면 전날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살아오면서 겪었던 그 많은 일 중에서 몇 가지는 절대 못 잊는다.
반복하여 그 이야기를 하고, 치매가 걸려서도 그 이야기를 중얼거린다. 즐거웠거나 슬펐거나한 몇 가지의 기억은 그의 뇌리에
굳게 각인되어 그 기억이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 서당에선 나이 많은 제자부터 열살 미만의 어린 제자까지 같이 베운다. 어린이는 천자문이나 명심보감을 배우고 스무 살 서른 살 나는 제자는 고문진보, 혹은 논어나 맹자를 배운다.
그런데 글을 지어보라는 그런 숙제 앞에서 반드시 나이 많은 제자가 제일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석삼자[三]로 지은 글에서 열살 미만의 소년이 천하의 명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소년이 어찌 일흔 여든 나는 노인의 생태를 알고 있었으며, 알고 있었다 한들 어찌 그걸 고목에 빗대어 그렇게 한 구절 쓸 수 있었을까. 천재란 바로 그 소년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내가 가까이 지내던 노인들로 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 시를 지을 때는 이렇게 지어야 한다며 자주 예거하는 구절이 있다.
九歲七年病 /아홉 살이 되도록 칠 년을 앓았네.
조선조의 어느 여인이 지었다는 오언시의 구절이다. 딸이 두 살부터 앓기 시작하여 칠년을 앓다가 겨울 어느날 죽었다. 그 딸에 산에 묻고 돌아와서 그 어머니가 남긴 시의 구절이다. 그 다섯 자 속엔 무한히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동안 딸을 나수기 위해 용한 의원을 찾아다닌 것은 몇 차례였으며, 영험하다는 부처님을 찾아 치성을 드린 것은 또 얼마였겠는가. 딸이 앓는 옆에서 불면의 밤을 보낸 경우는 얼마였으며, 조금 낫는 듯한 기미를 보고 좋아한 것은 또 얼마이며, 반대로 절망한 기억은 얼마이던가. 그 칠년 동안에 흘린 눈물은 얼마이며, 지은 한 숨은 또 얼마인가. 뛰어노는 골목의 아이들을 보며, 어째서 우리 아이는 병치레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가, 아름다운 꽃도 벌 나비도 구경하지 못하고 방에 누워만 있단 말인가 한탄한 적도 여러 번이었으리라.
한문은, 특히 한시는 압축 내지 함축의 대표적 언어라 할 것이다. 九歲七年病이나 古木千年地二三의 구절 속엔 천 권 만 권의 책으로도 다 못담을 여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