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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38). 박진(朴晉)이 경주(慶州)를 수복함.
23/07/17 14:48:30 金 鍾國 조회 2145
38. 박진(朴晉)이 경주(慶州)를 수복함.
左兵使朴晉 收復慶州.
晉初自密陽 奔入山中. 朝廷以前兵使李珏 棄城逃走 卽其所在誅之 以晉代爲兵使.
時賊兵充滿 行朝聲聞 不通南方已久 人心搖動 不知所出. 及聞晉爲兵使 於是散民稍集 而守令往往從山谷中 復出莅事 始知有朝廷矣.
及權應銖復永川 晉率左道兵萬餘 進薄慶州城下. 賊潛出北門掩軍後 晉奔還*5)安康.
夜又使人潛伏城下 發飛擊震天雷入城中 墮於客舍庭中.
賊不曉其制 爭聚觀之. 相與推轉而諦視之 俄而炮自中而發 聲震天地 鐵片星碎,中仆卽斃者三十餘人 未中者亦顚仆 良久而起 莫不驚懼 不測其制 皆以爲神.
明日遂擧衆棄城 遁歸西生浦.
晉遂入慶州 得餘穀萬餘石 事聞 陞*6)晉嘉善 應銖通政 大任醴泉郡守.
震天雷飛擊 古無其制 有軍器寺火炮匠李長孫者 創出
取震天雷 以大碗口發之 能飛至五六百步 墜地良久 火自內發 賊最畏此物.

경상좌병사(慶尙左兵使) 박진(朴晉)*1)이 경주(慶州)를 수복하였다. 박진은 처음에 밀양(密陽)으로부터 달아나서 산속으로 들어갔었는데, 조정에서는 전병사(前兵使) 이각(李珏)이 성을 버리고 도망하였다고 해서 즉시 그가 숨어 있는 곳에서 베어 죽이고, 박진을 그 대신 병사(兵使)로 삼았다. 이때 왜적(倭敵)의 군사들이 가득 차 득실거려 행조(行朝 : 行在所) 소식이 남쪽지방에 통하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사람들의 마음이 동요되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는데, 박진이 병사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에 흩어졌던 백성들이 차츰차츰 모여들고 수령(守令)들도 왕왕(이따금) 산골짜기로부터 다시 나와서 일을 보게 되니, 비로소 조정(朝廷)이 일하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후에 권응수(權應銖)가 영천(永川)을 수복하게 됨에 이르러, 박진은 경상도(慶尙道)의 군사 만여 명을 거느리고 나아가 경주성[慶州]의 성 밑에 육박하였다. 이때 倭敵들은 몰래 북문을 나와서 우리 군사의 뒤를 엄습하므로, 박진은 군사를 거느리고 달아나 안강(安康)으로 돌아 왔다. 그는 밤에 또 군사를 몰래 경주성(慶州城) 밑에 매복시켜 놓았다가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2)를 쏘아 성 안으로 들여보내니, 倭敵들이 있는 객사의 뜰 안에 떨어졌다. 그런데 倭敵들은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하여 다투어 모여들어 이것을 구경하고 서로 밀고 굴려보기도 하며 이를 살펴보았는데, 갑자기 포(砲)가 그 가운데로부터 폭발하여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고 쇳조각이 별처럼 부서져서 흩어지니, 이를 맞고 즉시 쓰러져 죽은 사람이 30여 명이나 되었고, 맞지 않은 사람도 역시 쓰러졌다가 오래 되어서야 일어나니, 놀라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모두 다 신통[神]한 재주를 부린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倭敵들은 그 다음 날 드디어는 모든 무리를 이끌고 경주성을 버리고 도망하여 서생포(西生浦)로 가버렸다. 박진은 드디어 경주성 으로 들어가서 남아 있는 곡식 만여 석(石)을 얻었다. 이 사실이 임금에게 알려지자,박진을 가선대부(嘉善大夫 : 종3품직)로 승진시키고, 권응수를 통정대부(通政大夫 : 정3품직)로 승진시키고, 정대임(鄭大任)을 예천군수(醴泉郡守)로 승진시켰다. 진천뢰(震天雷)를 날려 공격한[飛擊] 일은 옛날에는 그 전법이 없었는데 군기시(軍器寺 : 병기兵器, 기치旗幟 등 군대에서 사용하는 기구를 제작⋅관리하던 관아)의 화포장(火砲匠) 이장손(李長孫)*3)이란 사람이 있어 이 무기를 창안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이 무기는 진천뢰(震天雷)를 가져다가 대완구(大碗口)*4)에 넣어 쏘면 능히 5, 6백 보(步)를 날아가서 땅에 떨어져 한참 있으면 불이 그 안으로부터 일어나 터지는 것이었는데, 倭敵들은 이 물건 (무기)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1)박진(朴晉) : 조선조 宣祖 때 무신(武臣). 자는 명보(明甫), 시호는 의열(毅烈). 무과에 급제하여 밀양부사(密陽府使)로 있다가 임진왜란 때에는 좌병사(左兵使)가 되어 경주(慶州)를 수복하는 데 공을 세움. 벼슬이 참판(參判)에 이름.
*2)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 임진왜란 때 화포장(火炮匠) 이장손(李長孫)이 만든 무기로 성능이 있어 성을 공격하는데 알맞아 임진왜란 때 많은 전투에서 사용되어 효력을 발휘하였다. 대포의 일종. 화약⋅철편⋅뇌관 등을 속에 넣고 겉을 쇠로 싸서 만든 폭발탄이다. 박진이 이 무기로 倭敵을 쳐 경주성(慶州城)을 수복하였다.

*3)이장손(李長孫) : 조선조 宣祖 때 군기시(軍器寺)의 화포장(火炮匠)으로, 1592년 宣祖 25년 경상좌병사(慶尙左兵使) 박진(朴晉)이 경주(慶州) 수복전에 사용하여 큰 전과를 이루었다.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를 발명한 사람.
*4)대완구(大碗口) : 우리나라 조선조 때의 대포. 다른 이름으로 댕구라고 함. 본래는 돌을 이 속에 넣고 화약을 터뜨려 쏘았으나, 임진왜란 때 이장손(李長孫)이 발명한 진천뢰(震天雷)를 여기 넣고 쏘게 만들었다.
*5)분환(奔還) : 달아나 돌아왔다. 분(奔) : 고자 犇. 급히 향해가다. 달아나다. 도망쳐 내닫다. 패주(敗走)하다.
*6)승(陞) : 오를 승. 관위(官位)가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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